미술대학교 학사 그리고 석사의 버블 속에서 살아왔던 내가, 구직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직전의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내가 다녔던 네덜란드의 대학원에서는 아티스트가 되는 방법 혹은 멋진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을 위주로 수업이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졸업 후, ‘창작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직장이 필요한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반복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아트스쿨의 석사를 끝마치자마자 벌거벗은 채로 사회로 나가야만 했다. 2년 동안의 네덜란드에서 내가 습득한 교육방식은 아티스트가 되는 방법 혹은 멋진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만 알려줬는데, 갑자기 직장을 찾으려니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마음이 조급했다.
6월 15일 자로 석사 수료 졸업식을 마친 후, 갑자기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너 구직할 때 되었지? 내가 퇴사하는 IT 회사에 디자이너 2명이 퇴사하는데 혹시 너 관심 있어? 내가 추천서 써 줄게”라고 말했다. 고민보다는 일단 행동으로 하자 ! 라는 마음으로 나는 승낙 해버렸다. 더군다나, 잡서칭 비자가 1년밖에 주어지지 않기에 조바심이 났었다. 그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 부모님께 부담을 줄 수가 없어서 졸업하자마자 구직시장에 곧바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던 터였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친구에게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말과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나에게 2주의 시간을 주었고, 재빠르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제출 후 1차 콜을 거쳐, 2차 디자인 테스트, 그리고 3차 최종 면접까지 기회가 주어졌다.
해외에는 구직을 할 때 추천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기에, 당연하게 2명에게 추천서를 받았던 나는 회사에 합격할 줄 알았다. 최종 면접 이후에 자사에 더 잘 어울리는 디자이너를 뽑고 싶다는 거절 이메일을 받았고, 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뒷이야기를 전해듣게 되었는데, 이 회사는 내가 주 2회 리모트 워크를 요구한 게 마음에 안 들었고, 그 결과 나에게 포지션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추천서를 써 준 친구들에게 전해 들었다. 아쉽게도 네덜란드에서 나의 첫 최종 면접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 이후로도 최종 면접 제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불합격 이메일을 받기 일쑤였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포지션들에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다. 그렇게, 불합격 이메일에 익숙해질 즈음, 우연히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였으나 UX/UI 디자인 직무로는 떨어졌지만, 그래픽 디자인 직무로 인턴 포지션이 올라왔다. 나는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그 회사에 지원을 했다. 결과는 운 좋게 합격이었다.
졸업 후 7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3개월간 354개의 회사에 지원, 그리고 14번째의 최종 인터뷰를 거쳐, 최종적으로 2023년 11월 네덜란드 대기업의 인턴으로 6개월 동안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 회사가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이다. 최종적으로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나는 네덜란드에 와서 그래픽 디자이너 인턴으로 여태 쌓아 온 모든 경력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수 많은 면접 과정중에서 최종 면접에서는 ‘네덜란드에서의 경력이 없어서 고용 불가 혹은 비자가 1년짜리라서 고용할 수 없다.’라는 말들을 가장 많이 들었다. 미술대학까지 졸업해서 왜 굳이 상업 쪽으로 가?라는 질문도 셀 수 없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우리 과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가장 빠르게 회사로 취업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머지 친구들은, 직장을 구하고 싶어서 여러 번 면접도 보고 포트폴리오도 제출하지만 면접의 기회조차도 없었고 나는 운이 좋게 인턴십을 구한 케이스였다.
취업까지의 과정은
대부분은 cv, 포트폴리오 제출 > HR에서 선별한 사람 5명 정도 1차 디자이너들과의 스크리닝콜 > 디자인 테스트 > 2차 간단한 콜 > 계약서 작성의 과정이 있었다. 정말, 취업은 운이라고 느꼈던 건 인턴 포지션이 웬만하면 학생들에게 주어야 하게 되어있었으나, 예외적으로 나는 졸업 후 인턴십을 구할 수 있었고 더치 친구에게 듣기로 나 같은 경우는 흔하지는 않다고 한다.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스스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주어진 상황과 자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나 디자이너로서 취업 준비를 하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여러 디자이너들에게 무료로 멘토링을 받는 것과 모교 졸업생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링크드 인으로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항상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일이 잘 안 풀린다는 것은 그다음에 올 좋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가끔 일이 안 풀리는 날이 있어도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기회는 어떻게 어느 방식으로 누군가로부터 다가올지 모른다. 취업 준비를 진행하며 몇 달 동안 느꼈지만, 취업은 원이고 회사 측은 누가 우리 회사 사람들과 더 잘 맞고, 분위기가 좋을지를 뽑는 게 회사의 역할이다. 지금 당장 취업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기죽지 말고 더 좋은 기회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네덜란드의 회사 생활에 대해서 한번 써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