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달이다. 왜냐하면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니까. 그러나 올해 생일은 내 생일인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일이 많아지고 바빠진 탓도 있지만, 사실 내가 벌려 놓은 일들이 많은 탓도 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생일 파티를 2개나 열어 놓은 걸 보면 정말 "일 벌리기 장인"이다.) 생일이 언제 오는지도 몰랐는데, 나보다 주변에서 내 생일을 더 챙겨줘서 참 행복하고 감사했다. 불과 1년 전 작년 생일은 너무 외롭고 괴로웠는데, 딱 1년 뒤에 이렇게 행복한 생일을 맞다니 정말 세상엔 영원한 것도 없고 대단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요즘은 "간절해지지 않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에너지도 넘치는 편이라 일을 벌이면 벌렸지, 절대 기회를 거절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여태까지는 그 기회가 내가 원하는 만큼 오지 않아서 참 속상했었는데, 요즘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기회가 더 빨리 찾아오기도 하고 더 좋은 기회가 오기도 한다. 몇 년 전 내 꿈이었던 것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엔 대단한 것도 없고 영원한 것도 없으니까. 나는 기회를 거절하지 않고 잘 잡는 편이기도 하고,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은 편이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능하다. 엄마랑 얘기하는데 엄마가 "다 그런 과정이 있어서 이렇게 되었다"라고 하시길래, 내가 "엄마, 말은 바로 하자. 나니까 그 과정을 다 겪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알지?"라고 했다.
사실 나는 엄청나게 성취 지향적인 사람이라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 웬만하면 다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놀랍게도 "임포스터 신드롬" 비스무리한 것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며 속으로 100번은 외친다. "너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나의 실행력 사이에는 사실 이러한 "자기 세뇌"가 숨겨져 있다. 스스로를 믿어 주지 않으면 가시밭길을 헤쳐 나갈 에너지가 생기지 않으니까. 그래서 맨날 "(아직) 만족스럽진 않지만 감사해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오랜 세월을 산 건 아니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난 항상 모든 것에 불안해하고, 쫓기듯 살고,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내가 원하는 게 한 번에 된 적도 없었다. 어쩔 땐 그게 너무 속상하고 억울했다. 남들은 레드카펫 길만 걷는 것 같은데, 나만 가시밭길을 걸어 걸어 내가 원하는 걸 얻지도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게 아니었는데도 그냥 가다가 얻어걸린 지금의 일이 내 "천직"처럼 느껴진다. 내가 원했던 게 최고이자 최선일 줄 알았는데, 사실 최고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사실 최근에 정말 심하게 아팠다. 2박 3일을 꼬박 아무것도 못 먹고 시달리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결국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아팠나 돌아보니 일에 욕심이 나다 보니 그리고 바로바로 결과가 눈에 보이다 보니 자꾸만 욕심이 나서 날 마구 몰아붙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안먹는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발동이 되었고, 개인 사정으로 일주일간 운동을 못했더니 이것저것 상황이 겹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크게 아팠던 것 같다. 아프니까 내가 쥐고 있던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되 간절해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원하는 게 있어도 최선을 다해 준비는 하되, 간절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이거 잘 안 되어도 돼. 이게 잘 안 된다고 해도 다른 더 좋은 것이 올 거라고 세뇌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그 여유가 생겨야 관계에 있어서도 매력적으로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딜도 더 잘 진행된다.
그러니까 내가 가는 길을 최선을 다하되 즐기면서 룰루랄라 가는 게 결국 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타고난 성격이 모든 것에 열과 성을 다하기지만, 결국 이기는 사람은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난 이제 내가 보기에 안 좋아 보이는 것들이라도 결국 내게 와서 좋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꺼이 즐겨 줄 것이다. 안 좋은 것이었어도 결국 나에게 오면 다 좋아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