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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해결해야 했던 투두 리스트도 하나씩, 착착 완료 칸에 체크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2025년 12월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를 돌아보면 같은 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나갔으며, 그래서 일까 그 시간들이 아주 먼~~~~시간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힘든 시간이 많았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작년에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당차게 "어떻게든 되겠지머!라고 적어놓고, 분명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참으로도 허무하고, 많이 버거웠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텼나...싶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고, 나름 버텨내려고 나만의 방식으로 발버둥쳤고, 힘들어하는 내 마음을 어르고 달래가며, 내 목표 하나 달성해보겠다고 악으로 깡으로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발버둥들이 이제서야 결과로 조금씩 나오고 있다.
조금은 다르지만 (생각치도 못한) 정말 흥미로운 분야의 회사 입사와 내가 하고 싶던 꼭 맞는 포지션과 타이틀, 그래서 일이 일처럼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즐겁고 만족스러운 순간도 많다. (모든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건 또 어떻게든 맞춰가보면 되지)
내 인생에서 상상도 못 했던 내 이름을 건 전시를 했고, 어릴 때 꿈꾸던 동화 작가의 꿈마저 이뤘다.
올해 초 엘라는 올해 말 내가 이렇게 많은 것을 이루고, 감사하며, 행복해할 줄 알았을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난 이 모든게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그림책에 썼던 것처럼 난 이제 새싹이 되었을 뿐이다. 내가 피어나는 건, 이제부터다.
올해는 사실 내가 영국에 온지 3년을 채우는 해이기도 했다. 2022년 9월말에 1년+짜리 학생비자로 왔고, 2024년 2월에 2년짜리 졸업생비자로 바꿨다. 영국에 처음 올 때 석사 1년 + 영국 경력 2년으로 총 3년을 목표로 왔었고, 얼추 이뤘다.
그래서 영국에 더 남을지, 떠날지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가 왔다. 3년간 나 스스로에게 영국에 더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수천번도 더 물었고, 영국을 좋아하면 모르겠는데 딱히 좋아하지도 않은 나로써 이 대답이 명쾌하게 나지 않는 스스로가 정말 답답했었다.
드디어 그 결론을 냈다.
일단 더 있을 수 있을 때, 더 있어보자.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자.
이렇게 마음 먹자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가 영국에 더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들이 하나둘 생기더라. 참 웃긴 일이다. 아무튼 그래서 현 회사가, 이 나라가 날 내쫓지 않는 이상 조금 더 머물러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 나라가 조금 그리워졌다.
어떤 때는 내가 나의 전성기라고 불릴 수 도 있는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았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악착같이 일해서 번 돈으로 나중에 편히 살 돈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이 나라에 있으려고, 들인 돈이 (내가 선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아까웠다. 돈을 모으면 나가고, 모으면 나가는 이 상황이 참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제보니 내 인생의 전성기는 나의 모든 순간이었다. 예전에도 전성기였고, 지금도 전성기고, 앞으로도 계~~~~~속 전성기일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조급하게 먹을 필요가 없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돈은, 낭비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투자하는 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난 2-3년 뒤에 지금 투자한 돈에 0 두개를 더 붙인 금액으로 회수할테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자신감이 든다.
올해를 보내면서 느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니 돈을 좀 덜 벌어도, 인생이 꽤 만족스럽고, 솔직히 행복했다. 이걸 느끼고 나니 하고 싶은 건 다 하며 살아야 겠다 싶었다.
그 동안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믿었다. 그래서 돈을 벌고, 모으는데만 집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이 돈이 많이 드는 일들이 아니더라고. 그래서 일단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면서 돈이 많이 드는 또다른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게 진짜 YOLO (You Only Live Once) 아닐까.
이렇게 아프고도, 행복했던 나의 2025년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