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을 넘어서
지난달, 꽤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한 후 머릿속이 복잡했고, 몸도 지쳐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 거의 매일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됐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내 운이 확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 변곡점을 넘어선 기분이다.
작년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낭비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어쩌면 헛된 경험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불필요해 보였던 순간들이 쌓여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다.
요즘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글을 정말 많이 쓰고 있다. 원래도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요즘엔 하루에 몇 시간씩 몰두한다. 웹소설도 써보고, 동화책도 두 권 정도 완성했고, 한 작품은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작업 중이다. 쓰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를 풀듯이 막 써 내려가고 있다. 다만, 시작하는 건 쉬운데 마무리하는 게 쉽지 않다. 최근에 쓰고 있는 소설은 '현대 성장 로맨스' 장르인데, 어제 대략적인 초안을 완성했다. 스포가 될까봐(?) 내용에 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하지 못 하지만, 소설을 쓰는 과정이 내 마음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요즘 내 운이 좋아지는 것 같다. 아니더라도 그렇게 믿을 예정이다. 확실한 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의 주요 소재 중 하나가 ‘운’과 ‘운명’이라서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인생은 결론을 내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이어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정답을 정해두고 가려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나아갈 때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행운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찾아왔고, 실패는 다시 힘을 내는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한, 우리는 결국 스스로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