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답안지를 훔쳐보고 싶어질 때
가끔 인생에 답안지가 있다면, 살짝 들춰서 답만 보고 어떻게든 끼워맞춰서 살아보고 싶어진다. 수험생 때 다들 한번쯤 해봤던 일 아닌가. 내가 사주를 자주 보는 이유도 인생의 답안지를 들여다보고 싶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마음은 전제부터가 틀렸다.
왜냐, 인생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친구와 이런 주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여행하는 '자유로운' 삶, 무언가 열정적으로 '배우는' 삶, 어딘가 정착하고 사는 '안정적인'삶 이 모든 삶을 동시에 하고 싶은 게 욕심인 것 같다"는 주제에 대해.
그런데 나는 이미 20대 초반에 '여행하는 삶'을,
20대 중후반에는 '배우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30대에 들어서니 이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삶의 조건은
1. 평생 살 정착지를 결정 (a.k.a 실거주 집)
2. 안정적인 돈의 흐름
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어디서 평생 살고 싶은지도 아직까지 결정을 못 했다...
영국에서 계속 살자니 (살 수 있는 근거?도 없다) 막막...하면서 여기서 '평생'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아쉽고 (한 5년쯤 뒤에 한국 가는 걸 고민하고 싶다)
다른 나라를 가자니 또 새로 시작해야하고, 정착하는데 돈을 써야 되는 게 아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동시에 더 늦기 전에 내가 가보고 싶던 나라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나라 가서 뭐 해먹고 살지??' 싶기도 하고, 굶어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어릴 때는 돈이 없어서 그런가 (어차피 없는) 돈, 쓰는게 아깝지 않았는데 돈을 조금 모으고 나니까(많이 생긴 것도 아님) 오히려 더 아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거 못 하면 죽는 사람이라 나~~중에 5년 뒤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 나라 안 가본 거 후회할거 같아서 좀 걱정이 된다.
유학 갈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과 커피챗을 할 때 꼭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다.
"엘라님은 왜 유학을 (늦은 나이에) 선택하시게 되셨어요?"
그분들께 답으로 드리는 말이
“5년 뒤에 후회할 것 같아서 (유학)왔어요”
였었다.
이제는 이 말을 나에게 해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