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을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feat. UCLKS 잡포럼 발표 이후)
지난 달, 나의 모교 커뮤니티 중 하나인 UCLKS (UCL 한인회)에서 진행하는 잡포럼에서 Pharmacy 담당으로 발표를 하고 왔다.
잡포럼 전, 파트 별로 발표하시는 패널들이랑 인사도 나누고, 얘기도 나눴다.
첫번째 발표자부터 얼마나 발표를 잘 하시던지...난 순서가 2번째였는데 슬라이드 페이지 2장만 준비해서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난 내 커리어 패스 슬라이드 한 장으로도 1시간 동안 떠들 수 있는데...
10분정도 발표해달라고 요청해주셔서 2페이지로 겨우겨우 줄인 건데... 아무튼 10분 좀 넘는 시간동안 열심히 제약 분야 관련해서 떠들다가 들어갔다.
다른 파트 발표자분들의 발표들은 정말 인상 깊고, 너무 재밌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고생하시면서 커리어를 쌓으신 분들이라 얼마나 재밌던지
인상 깊었던 슬라이드는 카메라로 찍으면서 집중해서 들었다.
어느 누구도 꽃길로 가신 분들이 없으시고,
몇 백 통, 몇 천 통 네트워킹으로 콜드메세지, 콜드메일 보내고, 지원하고 또 지원해서 인턴쉽 자리 겨우겨우 따내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걸 보며 나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위로가 되었다.
모든 패널분들의 발표가 끝난 뒤 장소를 옮겨서 Q&A 세션을 진행했다.
Pharmacy 파트가 사람이 제일 많다고 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아무래도 UCL이 약대로 유명하다보니...)
최대한 많은 질문에 대답해드리려고 노력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잡포럼 이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들의 험난 한 커리어 여정기를 들으며, 나만 이렇게 산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과 위로, 처음부터 엘리트 코스, 꽃길을 걸어가는 분들을 보며 드는 부러움. 동시에 나는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커리어가 누군가에게는 갖고 싶은 커리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했었다.
이런 것을 보며 누군가의 삶, 커리어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도 내가 부러워하는 이가 부러워하는 삶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름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거의 6년의 경력이 생겼는데도 가끔 이렇게 쉼표 구간이 생길 수록 길을 잃은 기분이다. 이 나이가 되면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내 진로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엄마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올바르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건 멀리가기 전에 멈춰서 경로를 재설정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너무 멀리가면 돌아오기 힘들다고. 정말 맞는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제일 답답한 것이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 지 모른다’인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흘러갈 지 이미 안다면 너무 쉬운 난이도의 게임이지 않을까?
길을 잃었을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지 않는가
다들 이름있는 회사 척척 들어가서 이직하고 커리어 쌓아나가는 걸 보며 부럽기도 하고, 난 첫 단추를 잘못 꽤어서 아직까지도 진로 고민을 하나 요즘 이게 나의 가장 큰 고민이지만 사실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하며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인생엔 정답도 오답도 없다. 그냥 살아가면 그만이다. 나만의 진짜 (인생) 여행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