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지 9개월 뒤에 써보는 영국 석사 후기 (부제: "영국에서의 석사, 할 가치가 있었나?")
"다들 석사 안 힘들었어요?"하고 물어보면 난 항상 "할 만 했어요" 라고 했는데 그냥 한 말은 아니었다. 절대적인 '진심'이었다.
일하는 거랑 공부하는 거랑 비교해서 그냥 ‘업무’ 자체로 놓고 봤을때 공부가 훨씬 더 쉽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일은 대부분 ‘남 일' 해주는 경우가 많는데 공부는 대부분 ‘내 일’이기 때문이다. 내 돈 내고 하는 공부의 책임은 내가 지면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막막하고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르는 그 시간들을 견뎌야하기 때문이다.
난 정말로 석사할 때 '공부' 하기 싫긴 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기억 미화인가? 싶기도 해서 석사하는 동안 매일 썼던 일기를 뒤져봐도, 그 때 당시를 떠올려봐도 '공부'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엄마도 내가 석사하는 동안 직장을 찾는 거 힘들다고 했지 공부 힘들다는 소리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있다면 그건 이런 상황으로 날 밀어넣은 '스불재('스스로 불러일으킨 재앙'의 줄임말)'의 나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이유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찾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상대적으로 공부하고 시험치는 거는 진짜로 힘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건 그냥 하면되니까...
게다가 4-5년간 남의 돈 벌다가 왔는데 내 돈 내며 하는 공부는 마음의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요즘 일하면서 새삼 내가 제약일을 좋아하는 구나 다시금 깨닫고 있다. 이 분야 정말 넓고, 크고, 무궁무진하다. 지금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는 이유도
내가 좋아하는 일 = 제약 + 비즈니스
내가 잘하는 일 = 자료를 만들어서 발표
이 두 개를 맨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심지어 시키지 않아도 내가 하겠다고 하는 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회사가 엄청나게 바쁘지 않기 때문이고 (예전 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렇게 해도 회사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고, 기회를 더 주기 때문이다.
요즘 BD 관련 트레이닝을 열심히 받고 있는 데 과장 좀 보태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공부한다. 이게 바로 자발적 공부가 아닐까?
석사를 갓 졸업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이 석사 학위가 과연 (1억이나 들여서 할) 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했었다.
난 '석사'라는 학위와 'UCL'이라는 학교(학벌)만 목표로 했기에 충분하다고 답했는데 이 답변에 여전히 변함없다. 게다가 내가 석사를 하면서 하게된 무한한 아이디어와 생각들, 그리고 그 생각과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의 변화까지 생각한다면 그걸 '1억'이라는 돈과 맞바꾸기엔 너무나 큰 기회와 경험인 것 같다. 게다가 난 현재 석사 때 배운 걸 정말 잘 써먹고 있고, 제약이란 분야에서 내 분야를 Science 파트 뿐만 아니라 Business 파트까지 확장시켜줬으니 매우 Worth it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게 많은 분들이 "영국에서의 석사, 할 가치가 있었나?" 많이 물어보시는데 답변이 되셨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