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정말 빠르다. 재취업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나는 현직장과 포지션이 정말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내가 잘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성장하고 싶어서 라인 매니저에게 3 Months Review를 신청했다. 매니저는 회사 회의실 대신 밖에서 커피 마시면서 informal하게 하자고 했고, 내가 노던아일랜드 본사에 방문했던 주 중 하루 점심 시간 1시간 반을 리뷰 타임으로 잡아줬다. 회사 식당이 아닌 시내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면서 진행했다. informal하게 하자더니 랩탑에 메모까지 해서 가져오는 정성이라 웃겼다.
리뷰는 전반적으로 아주 긍정적이었다. 기억나는 주요 내용을 아래에 정리해본다.
"지금 일 잘 맞는 것 같아?"
첫 질문은 이거였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예전에 했던 일들(QA, RA)은 나랑 잘 안 맞는다고 느꼈고, 그래서 영국에 와서 비즈니스를 곁들인 학과로 공부를 다시 했고, 지금 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이전 경험도 살리면서 적성에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입사 후 제일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근데 나 왜 뽑았어?"라고.
매니저는 "그게 무슨 말이야? 임포스터 신드롬 같은 거야?"라고 되물었고, 내가 그렇다고 하자 "우리는 네가 우리 회사를 선택해줄지 조마조마했는데!"라고 했다. 그 말은 곧 내가 그들이 찾던 바로 그 후보자였다는 뜻이니까, 아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너를 뽑은 이유는..."
이 포지션은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중요한 자리인데,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 자체가 드물다고 했다. 내가 QA, RA, 컨설팅,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경험이 있어서 좋았다고.
전략사업개발이라는 역할은 한 프로젝트를 여러 관점에서 봐야 하고, 기회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산업, 규제, 상업, 재무 등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그런 시야를 가질 수 있는 백그라운드라고 본 거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 때 “어떤 동료와 일하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했던 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당시엔 "Ambitious한 사람"이라고 대답했지만, 그 질문이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났단다. 결국 자기 생각엔 “일을 즐기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내가 그런 사람일 것 같아 나를 뽑았다고 했다.
Full-Remote에 대한 이야기
“예전에 풀재택을 해본 적이 있었고, 그때 어려움을 느껴봤기 때문에 너랑은 첫 주에 매일 커뮤니케이션 루틴을 만들려고 했던 거다”라고 했다. 지금도 매일 30분 정도 소통하고 있어서 별다른 불편함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매니저 본인도 내가 풀재택이라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한 달에 한 번 본사에 오는 것도 잘 맞는다고 했다.
일 스타일과 태도에 대한 피드백
“여러 사람을 매니징해봤지만 너처럼 관리가 쉬운 사람은 처음이다”라고 했다. 내가 항상 적극적이고, 기대 이상으로 준비해온다고. 그래서 KPI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Skill과 Attitude로만 본다면 ‘Excellent’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틀에 딱 맞춘 방식보다는, 방향만 정해주면 스스로 알아서 찾아보고 내 방식대로 풀어내는 걸 선호한다. 지금의 매니저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 이유기도 하다. 빠르게 피드백 받고 디벨롭하는 것도 좋아한다.
보완하면 좋을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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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네트워크 더 넓히기
→ 우리 팀은 cross-functional 팀과의 협업이 핵심이라, 조직 내에서의 관계를 더 확장하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느끼고 있던 부분이라 최근에는 메일로만 해결해도 되는 일을 일부러 콜을 제안해서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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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Health Industry에 대한 지식 늘리기
→ 이건 나도 절감 중이다. 이전까지는 human pharma 쪽만 했어서 동물약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부족하다. 전략기획/사업개발 업무를 하려면 트렌드 학습은 필수라서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할 계획이다.
커리어 디벨롭 방향에 대한 이야기
내가 지금 포지션이 너무 마음에 들고, 이 방향으로 커리어를 더 키워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최대한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할 거고, 외부 고객 미팅도 많이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또 내가 원한다면 프로젝트 매니징도 맡아보라고 했다. cross-functional 매니징 능력과 전반적인 시야를 기르기에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다른 팀 피드백은?
“혹시 다른 팀에서 나에 대해 피드백 온 게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아직은 없다고 했다.
나는 오히려 이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내 매니저가 나를 좋게 보고 있고, 다른 팀에서도 특별한 말이 없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니까.
이렇게 3개월 리뷰를 마쳤고,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 되었다.
이제 더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내년 초엔 어떻게 하면 연봉을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겠다. 호시탐탐 기회 노리는 중이다.